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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판판뉴스] 이혼 전 숙려제도의 '허와 실'
2009-02-06 14:14:36
김수연변호사 조회수 4624

[김수연 변호사의 생활 법률]이혼 전 숙려제도의 "허와 실"

 이혼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이 있습니다. 부부가 파경을 맞아 헤어지게는 되었어도 이혼에 관해 합의가 되었다면 굳이 법원까지 가서 싸우면서 이혼을 시켜달라고 할 필요가 없겠지요. 당장 필요한 서류를 갖추어 법원에 갑니다. 숙려기간제도가 없었을 때는 빠르면 당일 판사의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받아 바로 이혼신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6월말부터는 법에 따라, 이혼을 원하는 부부는 의무적으로 숙려기간 을 거쳐야 협의이혼의사를 확인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숙려기간은 미성년인 자녀를 두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미성년인 자녀(임신 중인 자녀 포함)가 있는 경우에는 3개월, 자녀가 없거나 성년인 자녀만 있는 경우에는 1개월의 숙려기간이 주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정말 이혼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직격타를 맞게 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 오래 잘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전체적인 이혼율이 급감했으니까요. 숙려제 시행직후인 2008년 8월은 전년도 같은 달 대비 이혼율이 43.4%까지 감소했습니다. 숙려기간 같은 게 없었던 시절이라면 ‘홧김에’ 진작에 남남이 되었을 많은 부부가 숙려기간 동안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잘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역시 숙려제도는 참 좋은 제도야. 위기에 놓인 많은 가정을 살려냈으니까”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분명히 성급히 이혼결정을 한 사람들에게는 유효적절한 제어 장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자신과 맞는 배우자를 선택하고, 그 배우자와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개인의 자유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국가는 이러한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이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제가 왜 뜬금없이 헌법조항을 얘기할까요? 모든 중대한 결정이 그러하듯 이혼도 결정을 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어렵게 이혼을 결정하고 나면 하루라도 빨리 정리를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이미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결정한 것인데, 또다시 3개월씩이나 생각을 하라는 것은 대부분의 당사자에게는 그저 이혼을 위한 하나의 요건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숙려기간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불필요한 정도를 넘어, 국가가 개인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는 숙려기간을 거치면서 제도의 취지대로 이혼의사를 번복한 사람들보다는 결국 처음 결정대로 이혼을 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숙려제 시행 직후 급감했던 이혼율은 시행초기 숙려기간을 지나면서 작년 11월 기준 -16.4%로, 전년도 이혼율과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가정이라는 것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당사자의 결정에 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솔한 이혼을 막자는 이혼 전 숙려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면서도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무의미한 고통 연장을 방지하려면 전문가의 상담을 의무화하는 등 단기간의 숙려기간동안 진짜 숙려 할 수 있는 제반여건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숙려기간 동안 과연 이혼이 최선의 방법인가에 관해 진지한 성찰을 하려는 당사자의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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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불교계 최초의 시사주간지 '판판뉴스'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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